[문박사의 맛집 너머] ① 맛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 — 식당이 마케팅에 돈을 쓰는 이유
요즘 식당은 맛보다 마케팅이라는 말이 있다. 한 해 14만 곳이 문을 닫는 시장에서 알려지지 않은 가게는 맛을 보여 줄 기회조차 없다. 식당이 마케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 마케팅이 맛을 대신하기 시작할 때 생기는 일을 짚는다.
“요즘 식당은 맛보다 마케팅이다.” 외식업계에서 자주 듣는 탄식이다. 화려한 사진과 인플루언서의 영상으로 줄을 세운 가게가 정작 맛은 평범하더라는 경험담도 흔하다. 그런데 같은 질문을 식당 사장님들에게 던지면 대답은 정반대로 돌아온다. “알려지지 않으면 맛을 보여 줄 기회조차 없다.”
어느 쪽이 맞을까? 이 연재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비판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식당들은 왜 그렇게 마케팅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었을까.
80만 개의 간판, 14만 개의 폐업
숫자부터 보자.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2025년) 음식점 사업자는 79만 8,969명으로 처음으로 8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같은 해 문을 닫은 음식점은 14만 2557곳으로 새로 문을 연 13만 114곳보다 많았다. 하루 평균 390곳이 간판을 내린 셈이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오래 버틴 가게들의 폐업이다. 5년 이상 영업한 음식점 4만 1659곳이 문을 닫아 비교가 가능한 2007년 이후 가장 많았고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 온 음식점도 2797곳이 사라져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소비 둔화와 고물가가 겹친 탓이 크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의 외식 시장은 ‘잘되는 법’보다 ‘버티는 법’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곳이 되었다.
이런 시장에서 사장님들에게 마케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손님이 식당을 찾는 길이 바뀌었다
예전에 식당은 골목에서 손님을 만났다. 지나가다 간판을 보고 동네 사람의 입소문을 듣고 한 번 와 본 손님이 단골이 되었다. 가게의 경쟁 상대는 길 건너 옆집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손님은 식당에 가기 전에 먼저 스마트폰을 연다. 지도 앱에서 근처 식당을 검색하고 사진과 리뷰를 훑고 별점을 비교한 뒤에야 길을 나선다. 이제 식당의 경쟁 상대는 옆집이 아니라 화면 속에 나란히 뜨는 수십 곳의 가게다. 그리고 그 화면에 나오지 않는 가게는 손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가게나 마찬가지다.
맛은 먹어 봐야 아는 ‘경험재’다
여기에는 음식이라는 상품의 특성도 작용한다. 경제학에서는 써 보기 전에는 품질을 알 수 없는 상품을 ‘경험재’라고 부른다. 음식은 대표적인 경험재다. 메뉴판만 보고는 그 집 국물이 깊은지 고기가 신선한지 알 수 없다.
품질을 미리 알 수 없을 때 소비자는 다른 단서에 기댄다. 예전에는 ‘사람이 북적이는 집’이 그 단서였다면 지금은 사진, 리뷰 수, 별점, 그리고 유명인의 추천이 그 역할을 한다. 식당이 마케팅에 돈을 쓰는 것은 결국 이 단서를 만들기 위해서다. 맛을 직접 보여 줄 수 없으니 맛있을 것 같다는 신호라도 먼저 보내야 하는 것이다.
마케팅은 죄가 아니다
그러니 마케팅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오래된 노포들도 간판을 걸고 입소문을 만들고 단골을 챙겼다. 그것도 마케팅이었다. 오늘날의 SNS는 그 방식이 바뀐 것뿐이다.
오히려 SNS는 작은 가게에 기회가 되기도 한다. 큰길이 아닌 골목 안 식당, 지방 소도시의 숨은 맛집이 멀리 있는 손님과 만나는 통로가 된다. 맛있는 집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알리기’가 ‘대신하기’가 될 때
문제는 마케팅이 맛을 ‘알리는 도구’에서 맛을 ‘대신하는 것’으로 바뀌는 순간 시작된다.
첫째, 자원이 옮겨 간다. 한정된 돈과 시간이 주방보다 광고에 먼저 쓰이기 시작하면 재료와 손질과 조리에 쓸 몫이 줄어든다. 매달 나가는 광고비와 체험단 비용은 어느새 임대료처럼 빠질 수 없는 고정비가 된다.
둘째, 기대가 부풀려진다. 화려한 사진과 과장된 문구는 손님의 기대를 높인다. 기대만큼 맛이 받쳐 주지 못하면 실망한 손님은 다시 오지 않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또 광고비를 쓴다. 광고로 첫 손님을 사고 실망으로 그 손님을 잃고 다시 광고로 새 손님을 사는 쳇바퀴다.
셋째, 신호 전체의 신뢰가 무너진다. 사진과 리뷰가 실제 맛과 자꾸 어긋나면 소비자는 결국 모든 사진과 리뷰를 의심하게 된다. 그 피해는 과장한 가게만이 아니라 정직하게 맛으로 승부하는 가게에게까지 돌아간다.
마케팅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첫 방문까지다. 두 번째 방문은 살 수 없다.
다시 오게 하는 것은 결국 맛이다
사장님에게. 마케팅이 첫 방문을 만든다면 두 번째 방문을 만드는 것은 맛과 서비스다. 그리고 가게를 살리는 것은 두 번째, 세 번째 방문이다. 순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맛을 다듬고 알릴 만한 것을 만든 뒤에 알린다. 알릴 때는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사진보다 실제가 나은 가게는 손님이 알아서 다시 알려 준다.
소비자에게. 화면 속 사진과 별점은 참고할 만한 신호다. 다만 마지막 판단은 접시 위에서 하자. 그리고 정말 맛있었던 집이 있다면 다시 찾아가자. 단골의 재방문만큼 강한 마케팅은 없다. 좋은 가게를 지키는 힘은 결국 손님에게 있다.
다음 편에서는 사진 몇 장과 ‘좋아요’ 숫자가 어떻게 ‘맛있는 집’이라는 믿음으로 바뀌는지 SNS 맛집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들여다본다.
참고 자료
이 글은 필자 문상윤 박사의 개인적인 견해를 담은 칼럼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보도 기사가 아닙니다. 글에 인용한 통계와 자료는 출처를 함께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