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 원 탕수육과 얼큰한 라면, 익산 매일시장 ‘대일분식’
익산 매일시장 골목으로 들어서면 기름 냄새가 먼저 길을 알려 준다. 대일분식이다. 가게 앞쪽에서는 튀김솥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안쪽에서는 냄비마다 라면이 끓는다. 한 가게 안에서 두 개의 주방이 동시에 움직이는 셈이다. 오래된 시장 노포답게 주인은 들어오는 단골에게 먼저 말을 건네며 살갑게 맞는다. 다만 처음 온 손님에게는 노포 특유의 무뚝뚝함이 먼저 느껴질 수 있다. 이 집을 찾는 이유는 둘, 탕수육과 짬뽕라면이다.

[사진 1 ] 대일분식의 탕수육. 1인분 4,000원이다.
4천 원 탕수육, 맛의 절반은 ‘방금’에서 나온다
탕수육이 1인분 4,000원이다. 요즘 외식 물가를 생각하면 놀라운 값인데 맛은 값에 기대는 수준을 넘는다. 우선 고기에서 누린내가 나지 않았다. 돼지고기의 잡내는 대개 재료의 신선도와 손질, 그리고 튀김 기름의 상태에서 갈린다. 쉴 새 없이 튀겨 내는 집이라 재료가 빨리 도는데 회전이 빠른 가게의 장점이 맛으로 드러난다.
소스도 너무 달지 않다. 새콤함이 앞에 서고 단맛은 한 발 물러나 있는 옛날식이다. 단맛이 강한 소스는 첫입은 반갑지만 몇 점 지나면 금세 물린다. 이 집 소스는 튀김의 기름기를 덜어 주는 쪽으로 균형을 잡았다.
다만 이 탕수육의 맛은 ‘언제 받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는 기다려야 하지만 그 덕에 막 건져 낸 뜨거운 탕수육을 받는다. 반대로 한가한 시간에는 미리 튀겨 둔 탕수육이 나와 미지근할 수 있다.
식품학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다. 튀김옷이 바삭한 것은 뜨거운 기름 속에서 표면의 수분이 빠져나가며 작은 구멍이 많은 단단한 층이 생기기 때문이다. 튀긴 뒤 시간이 지나면 고기 속 수분이 튀김옷으로 옮겨 가 바삭함이 무너지고 온도가 내려갈수록 기름 맛이 도드라진다. 갓 튀긴 탕수육과 10분 지난 탕수육은 사실상 다른 음식이다. 한가한 시간에는 조금씩 나눠 튀기는 것만으로도 품질 차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름진 튀김과 얼큰한 국물, 짝이 잘 맞는다
함께 시킨 짬뽕라면은 약간 얼큰한 맛이다. 탕수육과 같이 먹으니 조화가 좋았다. 튀김의 기름기가 입안에 남을 즈음 맵고 뜨거운 국물이 한 번 씻어 주고 그러면 다시 새콤한 탕수육으로 손이 간다.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짬뽕을 함께 시키는 익숙한 공식을 이 집은 분식의 방식으로 풀어 놓았다. 라면에 여러 가지 토핑을 더해 입맛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반가웠다.
아쉬움은 면의 익힘이었다. 때로는 지나치게 꼬들한 상태로 나왔다. 라면의 식감은 면 속 전분이 물을 머금고 부드러워지는 정도, 곧 ‘호화’ 정도로 결정된다. 덜 익으면 면 가운데에 딱딱한 심이 남는다. 꼬들한 면을 좋아하는 손님도 있으니 주문할 때 익힘 정도를 묻거나 끓이는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면 만족도가 한결 고를 것이다.

[사진 2 ] 약간 얼큰한 짬뽕라면. 토핑을 더해 입맛대로 먹을 수 있다.
눈대중이 남긴 아쉬움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양이다. 이 집은 탕수육을 눈대중으로 담는다. 그날 옆 테이블은 네 명이 와서 2인분을 시켰는데 접시에는 3인분 가까운 양이 담겨 나왔다. 둘이서 넉넉히 먹으려고 3인분을 시킨 우리 테이블에는 그 2인분과 비슷한 양이 왔다. 인원수를 보고 넉넉히 담아 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돈을 더 내고도 같은 양을 받은 쪽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덤’은 시장 노포의 매력이다. 하지만 덤은 정량 위에 얹힐 때 정(情)이 되고 정량이 흔들리면 불공평이 된다. 외식 경영에서는 이를 ‘포션 관리’라고 부른다. 한 접시에 나가는 양을 일정하게 지키는 일은 원가를 관리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손님이 ‘내가 낸 만큼 받는다’고 믿게 하는 장치다. 그 믿음이 다시 찾게 만든다.
해법은 어렵지 않다. 저울로 1인분 무게를 정해 두고 그만큼 담으면 된다. 덤을 주고 싶다면 그 위에 얹으면 된다. 노포의 감성과 정량의 공정함은 얼마든지 함께 갈 수 있다.
시장 안 노포가 지역에 하는 일
식사를 마치고 시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대일분식 같은 노포는 시장 안으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탕수육을 먹으러 온 손님이 나가는 길에 반찬을 사고 과일을 고르면 한 끼의 지출이 시장 전체로 번진다. 지역에서 쓴 돈이 지역 안에서 한 번 더 도는 것이다.
단골과 주인이 안부를 주고받는 풍경도 이 집의 자산이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그 온기가 단골에게만 머문다는 점은 짚어 둘 만하다. 처음 찾은 손님은 주문부터 계산까지 다소 무뚝뚝한 응대를 받기 쉽다. 노포의 멋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시장을 찾는 외지 손님이 늘어날수록 ‘처음 온 사람’을 맞는 태도가 가게의 인상을 좌우한다. 단골에게 건네는 인사 한마디를 처음 온 손님에게도 나눈다면 이 집의 정겨움은 훨씬 넓게 전해질 것이다.
전통시장이 미식관광의 목적지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맛있는 한 접시, 그리고 그 접시를 둘러싼 사람과 풍경이다.

[사진 3 ] 분주하게 튀겨지고 있는 탕수육, 이런 힘찬 활기가 시장 안 식당의 매력이다.
고급스러운 집은 아니다. 하지만 오래된 시장의 분위기 속에서 가성비 좋은 탕수육과 얼큰한 라면을 즐기기에는 딱 좋은 곳이다. 갓 튀긴 탕수육을 원한다면 손님이 몰리는 시간을 각오하는 편이 낫고 양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정량과 면의 익힘만 조금 더 다듬는다면 오래 사랑받아 온 이 노포는 앞으로도 오래 시장을 지킬 것이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저렴한 값에 옛날식 탕수육을 맛보고 싶은 분
- 식사와 함께 전통시장 구경을 즐기고 싶은 분
- 노포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
방문 팁
- 주말에는 기다려야 하지만 갓 튀긴 뜨거운 탕수육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 한가한 시간에는 탕수육이 미지근하게 나올 수 있다.
- 면 익힘이 신경 쓰인다면 주문할 때 미리 말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 처음 가면 응대가 무뚝뚝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오래된 시장 노포의 분위기로 이해하면 마음이 편하다.
직접 방문해 제 돈으로 먹고 쓴 글입니다. 협찬이나 광고를 받지 않습니다. 가격과 메뉴는 방문일 기준이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